공공 공간의 재생 욕망 글쓴이 조숙현 날짜 2012-09-20
2010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이 “압축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역사도시 서울의 변화”를 주제로 아파트 설립 과열 현상을 지적한 바 있듯이, 한국의 도시 산업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이 블록화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공공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마을 숲이나 마을마당 등의 자연발생적인 공공 공간이 존재했다. 커뮤니티에서 집단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위급상황에 주민들을 모이게 하는 공간이 존재해 왔던 것. 또한 지역 주민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소통하는 기능을 담당해왔던 것도 공공 공간이다. 그러나 도시 전문가들은 도시 블록화가 진행됨에 따라 공공 공간이 사라지게 되고, 따라서 시민들 간의 소통과 집단 의사 표현을 위한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미 역사 깊은 계획도시에서는 광장, 공원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청계천과 광화문 광장, 서울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에「퍼블릭아트」가 공공 공간의 정의와 필요성, 이상적인 사례와 미흡한 사례에 대해 총체적으로 짚어보도록 한다.

기획, 진행 | 월간 퍼블릭아트 조숙현 기자



공공 공간의 정의와 성립 조건

그렇다면 ‘공공 공간’의 정확한 정의와 요건은 무엇인가? 공공 공간은 그야말로 사적이거나 공적인 개별 공간과 달리 공동으로 공유하고 공적인 활동이 가능하며 집단적 의사를 표현하는 도시의 인프라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 공간의 구체적인 성립 조건으로는 공적주체(정부나 지자체)의 소유이거나 공적으로 기능 배치된 장소일 것, 공적기능을 수행하거나 공익을 추구하는 곳이어야 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고, 그 구체적인 예로는 광장, 공원, 시장, 교통 공간, 공용통로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시민들이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 그치는 아니라, 공용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한데, 프로그래밍이란 시민과 대중이 공간을 이용해 커뮤니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집단적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래밍을 위한 지원이 공적주체의 차원에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공 공간의 형성 역사가 길지 않고, 통합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 내역에 미비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현재의 실상은 집단적 활동을 위해 필요한 무대시설이나 부대시설 등을 지원함에 있어 활동 주체자가 사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공 공간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 류제홍 박사에 의하면 현재 한국 공공 공간의 설계와 관리 프로세스에서 잘못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시위를 포함한 공적 의견 제시가 차단당하고 있다는 것. 광화문 광장이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는데, 시민들이 공적인 의사활동을 펼치는 시위를 할 때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를 채택함으로써 시민들을 감시하는 근거로 적용하기도 한다. 둘째, 단일한 공공 공간의 시설관리, 프로그램, 운영이 부서별로 산발적으로 관리되어 통합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지원 부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대안으로는 공무원과 같은 공적 주체들에 의해 비영리로 운영되며 공익증진을 목적으로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특정 분야를 관리하는 공법인(not-for-profit organisation)이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시민사회의 민간단체(NPO)가 공공 공간을 통합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미국의 상업증진지구(BID: business improvement district)나 영국의 도심관리(TCM: town centre management) 제도가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법인’이라는 개념조차 취약한 상태이며, 일정 규모의 광장이나 공원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의 시민단체가 희박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의 공용공간에 대한 공공성 의식이 부재하다. 시민들의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공공 공간에서 상업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 공간에도 상업공간과 서비스 공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공 공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머무르기 위해서라도 음료 등을 판매하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의 폐단도 있다. 특히 상업 공간 선정에 있어 그 특혜가 일부 기업에게 돌아가고, 이용이 아닌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폐혜는 바로 정자동 카페거리인데, 엄밀히 말해서 각 카페마다 인도를 침범한 바닥 데크와 그 위에 드리운 테이블과 의자는 상업 공간이 공공 공간을 침범하고 있는 사례이다. 하지만 상업 공간이 양성적으로 활성화 된다면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은 공공 공간의 상업 지구가 얼마나 투명하게 돌아가는 것인가의 문제인데 시민단체에서 상업 활동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상적인 균형을 찾는 것이 미흡한 실정이다.




공공 공간 관리의 이상적인 사례
그러나 공공 공간을 이상적으로 구현한 사례도 존재한다. 먼저 국내 사례로는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 문화의 거리 조성을 위한 상인조직은 애초에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세 가지의 혁신 캐치프레이즈를 제창했다. 그것은 관계의 진화, 디자인의 진화, 프로그램의 진화였는데, 먼저 관계의 진화를 위해서 생계형 노점을 제외하고 거리의 노점을 모두 정리하고, 가판형 상인(노점상)들을 상가형 상인조직에 포함시키고 나아가 ‘부평문화의거리발전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노점상을 뽑은 바 있다. 디자인의 진화는 해당 구청에서 남는 자재를 얻어와 시작한 무대와 수공간, 배전반 포장 등의 시설들을 사용자의 필요와 문제해결을 통해 계속적으로 바꾸어 왔다는데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의 진화는 파점 이후 매대 포장으로 인한 파장 분위기를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골프 카트를 구입해 매대를 주차장으로 끌어다 놓는 프로그램으로 귀착된 사례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공공 공간의 요건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분야의 고무적인 성과라고 하겠다.

서울 숲 역시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 공간 활용 사례로 꼽힌다. 서울 숲은 앞서 말한 공공 공간을 통합 관리하는 민간단체 부재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서, ‘서울그린트러스트’라는 비영리 환경단체가 조성 단계부터 참여하여 현재까지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민간단체가 공공 공간을 관리하는 가장 큰 이점은, 정부부서 등 공조직이 공공 공간을 관리할 경우 발생하는 각 부서의 비체계적 관리를 단일 민간조직이 통합 관리함으로써 종합적이고 시민 참여적인 사용자 중심의 환경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설관리, 프로그래밍, 경영 등을 각각 나누어 부서별로 각계전투로 관리하는 것을 통합하게 되면 시민들, 즉 유저의 입장에서 공공 공간의 기능을 재고하는 시각이 가능하다. 또한 서울 숲은 관리의 권력이 정부에서 시민 사회의 손으로 넘어가는 최근 과정의 상징적인 예로 손꼽히기도 한다.



한편 해외사례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워싱턴 광장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공공 공간 커뮤니티 디자인 단체인 PPS는 웹사이트에 공공 공간의 베스트 활용 사례를 꼽아 공지하고 있다. PPS의 평가에 의하면 워싱턴 광장은 차이나타운과 백인 중심의 거주지인 북부해변의 포츠머스광장에서 6블록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두 지역의 커뮤니티가 조화롭게 반영되어 있다. 원래 서양식으로 만들어진 포츠머스 광장디자인에 중국계 커뮤니티는 그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 광장에 적응하였다. 이곳에는 중국인 커뮤니티와 어린이들, 노인들, 그리고 여성들의 모임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토요일 밤 차이나타운에는 활동프로그램들이 수반되는 야간시장이 열린다. 워싱턴 광장은 포츠머스 광장의 활용방안과 유사성을 띄고 있지만 서로 다른 목적의 다양한 관객들을 위해 운영되어진다는 점에서 공공 공간의 활용성이 뛰어나다. 두 광장은 지역 커뮤니티와 광장의 디자인이 자체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으며, 워싱턴 광장은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가장 훌륭한 공공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뉴욕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곳 중의 하나이다. 이곳은 또한 인근 공원 및 시민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서, 세계에서 가장 쾌적한 공간 중 하나이다. PPS는 자체적인 관측 및 분석, 워크숍의 결과를 통해 워싱턴 스퀘어 파크가 좋은 공공 공간의 주요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판단을 내렸는데, 여기에 드러난 속성들은 첫째, 시민들의 광범위한 공간 활동 및 이용. 둘째, 이용자 연령의 다양화와 성별의 균형, 셋째, 사람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룹의 형태로도 존재한다는 점. 넷째, 소수의 빈 공간과 사용되지 않는 영역을 제외하고는 존재 공원의 대부분이 이용되어진다는 것 등이다.(심지어 날씨가 나쁜 날일지라도 일주일 내내 잘 사용된다) 또한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공연과 시위 장소로서 자연발생적인 음악과, 지속적 이용이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독특하고 매우 특별한 ‘울림(vive)'이 있다. 이것은 공원의 중요 속성 중 하나인데, 공공 공간임이 자명하나 제 기능을 못하는 여타의 공원들은 거주자, 공연가 및 일반 방문객의 자발적 행위, 활동을 위한 모임장소 및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역할에 대해 깊이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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