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충현의 개인展 : <살풍경 (Prosaic Landscape)> 글쓴이 국제갤러리 날짜 2013-06-19

 
전시소개
 
국제갤러리는 오는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노충현의 개인전 <살풍경 (Prosaic Landscap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7년 열린 3인 전 <회화에 대하여>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노충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서 한강의 풍경을 담은 총 25 점의 회화작품들이 소개된다. 전시제목 <살풍경>은 작가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던 주제로서, 도시 한 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한적한 풍경들에 연관된 작가 개인의 정서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계절의 변화로 인한 극적인 풍경들로 구성되는데, K1 전시장 1층 안쪽에는 밤의 풍경들이, 그리고 주 전시공간에는 한 겨울의 눈에 덮인 풍경들을 선보이며, 2층에는 여름의 장마철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한강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것은 이 공간이 폭설이나 장마와 같은 사건들과 더불어 불특정한 관념이나 기억 속의 장소로서 재현되는 데서 비롯된다. 뿐만 아니라 노충현의 회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각각의 장면이 지니는 공간적 정서를 특정한 장소가 지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반추하게 한다. 이는 구상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에 의한 효과라기보다는, 계절의 흐름과 같은 일상의 현상을 면밀히 관찰해 온 작가의 시-지각적 기억에 기반한 풍경의 질감에 대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노충현은 이번 개인전 <살풍경>을 통해 순간순간의 풍경-장면이 지닌 인상과 그것이 환기시키는 곧 사라져 버릴 듯한 기억과 감정들을 섬세하고도 예민한 회화적 시선으로 포착해내고 있다.
 

수몰 Flooded 2013 oil on canvas
 
 
작품세계
 
노충현 작가는 2005년부터 <살풍경>을 주제로 작품을 지속해왔다. ‘살풍경’은 사전적 의미로는 ‘몹시 쓸쓸하고 고요한 정경’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연작은 작가가 오랫동안 거닐곤 하던 합정역 부근의 한강시민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에게 한강시민공원은 도심과는 다른 공간의 면모를 지니는데, 일반적인 도시 풍광이 구조적이고 엄격하며 밀도가 높은 장소라면 한강시민공원은 비어있고 한적하며 개방된 접근이 용이한 장소라 할 수 있다. 작가가 개인적인 시간들을 통해 이 장소에서 마주친 공간의 인상과 대상들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에서 이 장소의 사실적인 풍경은 작가 고유의 회화적인 변주를 거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을 참조하여 풍경을 재현하고 있지만 사진의 이미지는 풍경을 바라보던 당시의 기억과 느낌을 끌어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때문에 노충현의 풍경화는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을 다루고 있지만, 때로는 마치 실재하지 않는 장소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여름의 끝 End of Summer 2013oil on canvas
 
공간으로서의 풍경
 
공간으로서의 풍경
노충현의 작업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회화가 담아내는 한강 계절에 따른 자연적 풍광과 사회현상에 따른 인공적 풍경들의 조합은 서울이라는 도시 안의 공간이 지닌 중층적인 의미들로 이어진다. 2005년의 첫 개인전 <살풍경>이 서울이 그 안에 살고 있는 존재들의 삶에 미쳤던 상실의 정서를 부재의 풍경으로 담았다면, 그 뒤 2006년의 동물원 <자리>연작은 아무 동물도 없는 우리를 그림으로써 정체성이 모호한, 흡사 근대성이 스쳐 지나간 텅 빈 ‘자리’ 같은 공간을 표현했다. 그리고 세 번째 개인전 <실밀실>에서는 군사독재시절의 역사적 시간이 지닌 공간의 모습을 회화로 기록함으로써 작가 개인이 지나온 역사에 대한 소회를 다루었다.
<살풍경> 연작에서는 공간의 구체적인 상황, 장소적 특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질감 혹은 흔적 등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현실적 삶의 조건들을 환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이 공간은 때로는 정치적인 공간으로 읽히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아무런 의도도 발견할 수 없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읽힐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모호하고도 흐릿한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동시대의 도시 풍경이 지닌 중의성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의 주요작품 중 하나인 <산책>의 경우, 관객들은 이 부재의 공간 속에서 언뜻 드러나는 신원미상의 인물이 눈 덮인 풍경을 걸어가는 일상적이고도 낯선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 피터 도이그(Peter Doig, 1959-)의 비밀스런 풍경을 연상시킨다. 색채와 스타일에 있어서 평범해 보이면서도 극도로 세밀하게 조정되어 있으며, 서사에 있어 다소 일반적으로 보이지만 몽상으로 가득 차 있는 이런 장면들로 인해 노충현이 풍경화들은 대상과 일정한 심리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노충현의 풍경이 지닌 속성이자 나아가 작가 특유의 풍경에 대한 이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눈> 연작에서는 대상을 관찰하고 화면으로 담아내는데 보다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진다. 마치 정선의 <몽유도원도>에서처럼 노충현의 작품에서는 현실의 공간과 허구 곧 꿈의 공간이 한 화면에 보여진다. 그런데 이러한 두 시공간의 병치는 작가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디스토피아적인 대상으로 바라볼 때 느껴지는 복합적인 심상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국 문인-풍경화에서 유수의 절경에 작은 인물이 마치 지표처럼 등장하는 것과 같이 간혹 그의 회화에서도 인물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는 상실과 부재의 정서가 만연한 도시 한복판에서의 예외적인 낙관적 시선으로서 인지되기도 한다.
 
유수지의 밤 A Night in the Reservoir2013oil on canvas
 
풍경의 장소성
 
노충현의 풍경에는 독특한 장소에 대한 해석이 담겨있다. 사실 전통적인 회화에서나 등장했던 직접적으로 장소를 찾아가서 그리는 방식은 현대회화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 되었다. 직접 장소를 찾아가는 것은 장소의 고유성, 곧 로컬리티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드러낸다. 작가는 여기에서 본인이 몸 담고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다양한 심리적 표상들을 발견하고 캔버스 위에 투영한다. 마치 뤽 투이만(Luc Tuymans. 1958-)의 단색조가 심리적 상태의 등가물인 것이나,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빛의 묘사가 적막한 도시의 감성적 등가물인 것처럼, 작가가 발견한 풍경에 더해진 폭설이나 폭우와 같은 자연의 현상들은 심상의 등가적 매개로서 회화에 새로운 레이어를 중첩시킨다.
이를 통해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이 그려지게 되는데, 이는 시각적 잔상이나 잠재적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내재적 풍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는 풍경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렇듯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단순한 관점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가소개
노충현은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5년의 개인전 <살풍경>을 시작으로 다수의 그룹전과 개인전을 통해 <살풍경>, <자리>, <실밀실> 등의 연작을 선보이는데, 도시 속 메마른 풍경을 재현하며 상실의 정서, 공간의 장소성, 제도적 관습 등과 같은 사회적인 발언을 문학적인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경력으로는 2011년 조현화랑, 2009년 사루비아 다방, 2006년 대안공간 풀, 2005년 관훈 갤러리 개인전을 비롯하여, 2012년 아르코 미술관, 2008년 부산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2007년 국제갤러리 기획전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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